학교폭력 피해 치료비와 위자료, 가해학생 부모와 학교 중 누구에게 청구할 수 있나요?
학교폭력 신고를 마치고 나면 병원비와 상담 예약이 줄줄이 이어지고, 그제야 "이 비용은 누가 내야 하지?" 하는 질문이 생깁니다. 가해학생 쪽에서는 사과로 끝내자는 말이 나오고, 학교는 심의위원회 결과를 기다리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학교폭력 피해 치료비 손해배상은 두 갈래로 나눠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심리상담과 치료에 든 비용은 학교폭력예방법 제16조 제6항이 가해학생의 보호자가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고, 위자료까지 포함한 손해 전체는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따로 청구합니다. 학교와 교사의 책임은 학교폭력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생기지 않고, 사고를 미리 내다볼 수 있었는지가 따져집니다.
치료비와 상담비는 소송 없이도 받을 수 있나요?
학교폭력예방법 제16조 제1항은 심의위원회가 피해학생 보호를 위해 심리상담 및 조언, 일시보호, 치료 및 치료를 위한 요양 등을 교육장에게 요청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같은 조 제6항은 피해학생이 이런 상담이나 치료를 받는 데 쓰인 비용을 가해학생의 보호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가해 측이 비용을 내지 않아 치료가 늦어지는 일을 막기 위한 장치도 있습니다. 신속한 치료를 위해 학교장이나 피해학생의 보호자가 원하면 학교안전공제회 또는 시·도교육청이 먼저 부담하고, 나중에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제16조 제6항 단서). 학교장이나 보호자는 필요한 경우 공제급여를 학교안전공제회에 직접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제7항).
이 조항은 상담·치료 비용을 다룹니다. 아이가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여기에 들어 있지 않으므로 민사 청구로 따로 살펴봐야 합니다.
민사소송으로는 무엇까지 청구할 수 있나요?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하게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사람이 배상 책임을 진다고 정하고, 제751조는 타인의 신체나 명예를 해하거나 정신상 고통을 준 사람이 재산 이외의 손해도 배상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그래서 청구 항목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구분 | 예시 | 준비할 자료 |
재산상 손해 | 치료비, 심리상담비, 앞으로 필요한 치료비 | 진단서, 영수증, 의사 소견서 |
정신적 손해(위자료) | 피해의 정도와 기간, 이후 학교생활에 미친 영향 | 상담기록, 진단 내용, 사건 경위 자료 |
앞으로 치료가 더 필요하다면 그 비용도 청구 범위에 넣을 수 있는지 의사 소견을 받아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치료가 끝나기 전에 서둘러 금액을 확정하면 이후 발생할 비용이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해학생 부모에게는 어떤 근거로 청구하나요?
이 부분에서 결과를 가르는 판단 기준은 이것입니다. 가해학생의 부모에게 청구할 때는 가해학생에게 책임능력이 있는지에 따라 근거 조문과 증명 책임이 달라집니다.
민법 제753조는 미성년자가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으면 배상 책임이 없다고 하고, 이 경우 제755조에 따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사람이 책임을 집니다.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있는지는 나이 숫자로 정해져 있지 않고 사안마다 판단합니다.
구분 | 가해학생에게 책임능력이 없는 경우 | 책임능력이 있는 경우 |
부모 책임의 근거 | 민법 제755조 | 민법 제750조(일반 불법행위) |
감독 소홀의 증명 | 부모가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면책 | 청구하는 쪽이 감독의무 위반과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증명 |
책임능력이 있는 경우의 법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정리했습니다(대법원 1994. 2. 8. 선고 93다13605 판결). 책임능력이 없는 경우로는 12세 전후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수개월간 한 학생을 괴롭힌 끝에 피해 학생이 숨진 사건에서, 대법원이 가해학생 부모들이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있습니다(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5다24318 판결).
따라서 가해 측이 "우리 아이는 그럴 아이가 아니다"라고 하더라도 그 말만으로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가해학생에게 책임능력이 인정되는 사안이라면 부모의 감독 소홀과 피해 사이의 연결을 청구하는 쪽에서 준비해야 하므로, 가해학생의 나이와 평소 행동, 부모가 사전에 알고 있었던 사정을 보여줄 자료가 중요해집니다.
학교와 교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위 2005다24318 판결은 교장과 교사의 보호·감독의무가 학교 내 모든 생활에 미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활동과 밀접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생활관계에 한정된다고 보았습니다. 그 범위 안에서 교육활동의 때와 장소, 가해자의 분별능력과 성행,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등을 고려해 사고가 통상 일어날 수 있다고 예측되거나 구체적 위험성이 예견되면 책임을 진다고 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괴롭힘이 수개월 지속된 점, 폭행 사실이 확인된 뒤에도 피해 학생 부모가 가해학생들과의 격리를 요청했으나 거절하고 반성문과 치료비 부담·재발방지 약속을 받는 데 그친 점 등을 들어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학교의 사후 대응이 얼마나 충분했는지도 판단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6조 제1항 단서는 학교장이 학교폭력사건을 인지하면 피해학생의 반대의사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체 없이 가해자와 피해학생을 분리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분리 요청과 학교의 답변을 서면으로 남겨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배상 책임을 지는 상대는 학교 설립 형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국공립학교라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사립학교라면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에 따라 학교법인이 상대가 됩니다.
청구 전에 무엇을 모으고, 무엇은 하지 말아야 하나요?
모아 둘 자료는 병원 진단서와 영수증, 상담기록, 신고 접수 기록, 학교와 오간 문서(분리 요청, 통보, 답변), 심의위원회 조치 결과 통지서입니다. 심의위원회 결과는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민사 책임 판단은 별도 절차이므로 결과통지서가 곧 결론이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일도 있습니다. 치료가 끝나지 않았는데 금액만 먼저 정해 합의하는 것, 합의서에 어떤 항목까지 포함되는지 확인하지 않고 서명하는 것, 구두 약속만 믿고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은 피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신고했다가 아이가 불이익을 받지는 않나요?
학교폭력예방법 제20조 제5항은 누구든 학교폭력을 신고한 사람에게 그 신고행위를 이유로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심의위원회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치료를 시작할 수 없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제16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피해학생이 긴급보호를 요청하면 학교장이 심리상담, 일시보호, 치료 및 요양 등의 조치를 할 수 있고, 이 경우 심의위원회에 즉시 보고해야 합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아직 청구할 수 있나요?
민법 제766조는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정합니다. 다만 사안에 따라 기산점과 예외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기한이 걱정되면 서둘러 자료를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이런 경우에는 개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가해 측이 비용 부담이나 책임을 모두 부인하는 경우, 학교가 분리 요청이나 치료 지원을 미루고 있는 경우, 이미 합의서 초안을 받았는데 포함된 항목이 불분명한 경우에는 진단서와 학교와의 문서를 기준으로 청구 대상과 범위를 먼저 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담은 법무법인 라이즈로 문의하실 수 있습니다.